축생도

 

더 이상 넌

시대는 우리에게 적합하지 않은 것이라며

말하지도 않았고

그와 같이

나도 아는 애가 왜 그랬냐고 핀잔을 주지도 않았다

 

이미지들,

먼지투성이 바닥에 쭈그려 앉은 채

찡그린 채 하늘을 보는 것

 

늙은 말들,

축생도를 그리기 시작했던 친구는(이미 친구가 아닌지도 모른다) 조금은 다른 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모든 뒤틀림과 왜곡과 당신 마음 속 한 조각 남아버린 발가락 같은 선함과 사랑은 무서울 듯이 아려와 빠를 듯이 허나 느리게만 전진할 것 같은 빗속의 자동차들

 

친구야 너는 오랜만의 생각으로 고민하는 고무장갑의 빛깔과 향으로 그때 그대로의 김치를 재구성한다 질긴 분홍색의 장갑으로 축생도에 첨부할 짐승들의 이름들과 모습들 그리고 옳게 된 행방을 고민하고 또 궁리하기 시작한다

 

고민하기에 너무 아픈 날엔 도시 외곽의 또 다른 도시의 외딴 동네의 중학생 또 다른 동네에 서식했던 짐승들의 이름을 눈을 감은 채 혹은 가린 채 억지로 끼워 맞추기 시작했으니

 

너는 그렇게 담배와 고기와

우리 같은 것들을

세상과도 같은 웃음과 보살 같은 은덕으로 멀리 하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