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차산의 빨치산들

 

Ⅰ.

겉과 겉에 없던 것들과 있어야 할 것들과

이미 무너진 바위 끝

늘 소름이 돋고도 사나워지길 바라며

깍듯한 말들을 바위 끝에 던졌던

 

짐짓 우울했던 목소리들

스스로를 품어버린 산꼭대기의 방문자들

 

오금이 저리고 오금이 저리었다 머리 위로 지나간 말 위

말 위에서 사납게 달려버린 바보들

눈에 핏발이 선 사내들

 

딱 절반의 천치 같음으로

보상 없는 충정으로 오금 저렸던 어제 일로

막연히 당연히 화가 났다

굴렁쇠가 되는 상상을 한다는 것이다

 

화가 난 채 힘을 조금씩 모아 결국엔 매섭게 유영하는 우리 자랑스러운 우주선과 혀가 아리거나 사람이 아린, 아린 날들 바보들

 

맘 편히 화낼 수도 없구만 뭐 이런 일이 다 있담

 

맘 편히 화를 내는 원형의 스테인리스 스틸 굴렁쇠

굴러 떨어지는 우리 굴렁쇠

바위 끝에서 발사!

 

넌지시 화가 난 말 탄 사내들의 빛바랜 초상화들

무심코 그려버린 낙서들

눈에는 핏발이

 

눈에 핏발이 든 저녁, 내일 학교를 빠져야지, 뇌까리고, 서로의 눈을 비비는 사랑스러운 동창들, 미간에 조약돌을 조준하던 나날들

 

Ⅱ.

카페에서 우는 사람은 같이 앉아 있는 사람한테 어떻게 그따위 시답잖은 소리를 하냐며 흐느낀다

 

사실 내가 무슨 말을 할지 너는 모르고

우리도 사실 매년 혁명을 준비하는 꼭꼭 숨어있는 이란의 혁명가들처럼 은밀한 단수방송으로만 세상을 알 수 있는데

사실 네가 무슨 말을 할지 나는 모르고

 

핏발이 들어버린 눈, 부끄럽지도 않니

그런 눈으로는 혁명을 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우리가 이란이나 금성이나 목성에서의 실패한 혁명을 궁리하겠니

 

동전의 재질마저도 못 정했는데

 

음울한 백인이 음울한 말투로 음울한 세상을 읊조리면

막연히 당연히 화가 나거나 기분이 나쁘거나

울고 싶었니

 

그래서 오늘 너는 울고 있는거니

소스라치게 파리한 그날 그때의 목소리로

화가 난 나머지 예전에도 없었던 커피 냄새나는 숨결로

 

산위 꼭대기와 평탄한 능선에서

사람이 없어 재미없는 그때의 궤도에서

 

우리 자랑스러운 우주선을 타는 미미한 감도로

비밀단수방송에서는

 

남자애. 파리한 남자애. 서슴없이 속삭이는 남자애.

강철 같은 우리의 믿음…

바위는 돌멩이가 되었고

 

울고 싶었니

 

나른하게도 활강하는 우리는 사람들과 굴렁쇠들

이란 혁명군 우주군 만세!

 

Ⅲ.

아차산 중턱 소나무 숲 냄새 익숙하고 향긋한 소나무 냄새

소나무 가지에 걸린 화가 난 굴렁쇠

막걸리에 취한 언덕 위의 사람들 물을 사는 사람 둘

 

눈이 새빨개진 채 내일 학교를 궁리하는 스스럼없는 시련과

 

내밀해지고 엄밀한 와중에야

순진해지길 원하는 이란 민중당 총서기 동지

종이접기에도 실패한 나머지

 

내일 봐요

 

바람 사이에서도 난 너를 볼 수 있는데

미간의 과녁을 모으는 늠름한 명량한 도굴꾼들

 

말 위를 달리다 전사한 장렬한 온달들은

커피를 마시며 묘지의 수들을 세고 빼며 시름거리며 앓으니

 

내일의 우주에선

미미한 감도로 음울하게 굴렁쇠를 잃어버려 미간에서는 주름이 서리었다 숲의 냄새와 당신을 향한 멋모르는 사랑으로 부끄러워 미칠 지경이었는데

 

어때, 어떤가요,

승인해주겠어요?

 

부치고야 만 편지

아빠는 팔레비가 도망갈 때 조국은 평등한 빨갱이 나라가 될 거라고 말했지

눈물을 머금은 채 감격을 머금은 채

 

기분 좋은 도사림과 당신 따위로 충만한 채!

 

그렇지만

 

아빠는 노태우가 당선될 지도 모르는 바보였는데 말이지

 

그러니깐 아빤 시를 쓰고야 만 거야 할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할머니처럼 아빠도 죽고 말거야

 

사랑하는 내 사람 평강공주가 그리도 되고 싶었소?

 

오, 엄마가 주검 더미에 갇혀 버렸지

 

동생은 갇혀 있고

나는 가뒀지

 

그런거지

 

그런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