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의 노을과 성 니콜라우스

 

무슨 말인지 모를 말을 했을 터

너는 그때까지는 내 옆에 있을 것이다

 

곤두선 내 털을 보면

나도 비슷하다면서,

그래도 완전히 같은 건 아니라면서 비릿하게 웃어주었으니깐

 

몇 년이 흘렀지만 이곳은 여전히 천장이 있는 옥상이었고

 

마지막으로 복된 자가 되는 자는 다음 사항을 목격하곤 했으니까

 

빨간 색, 빨간 상징, 띠, 원과

일종의 달콤한

동그라미

안녕

이라

말을 하곤 하는 우리를 일컬어

 

혹자는 호모사피엔스라고 하거나

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라고도 한다

 

사실 일가친척들이 내 따귀를 후려갈기기 전에는 나는 말을 할 줄도 몰랐을 걸?

 

걸을 줄만 알았지

 

아기의 두뇌엔 무시무시한 스파이들이

들이 닥치기 시작한 무서운 시절

모든 간악한 첩자들이 휘파람을 불기 시작했다 한다면

 

우리가 존재하기에는 너무 아까웠단 소리도 된다 하겠다

우리는 산뜻한 의미로는

홀로 산 적이 없었거니와

 

옥상의 이미지는 썩어가는 담배꽁초와 갈색 웅덩이에 지나지 않았고

이미지에 대한 어림없는 환상과 거짓 향수(鄕愁)로

사람들이 옥상을 찾게 된 거다

 

온통 휩싸일 수도 있었다

어느 날 할아버지의 조국은 망해 있었고

새로운 조국의 언어 덕분에 할아버지는

평생 조선어를 하면 혀가 무뎌진 것이었으니

 

모든 유망하지 않음

모든 무가치한 것들

오래된 먼지들이 드디어 자근자근 창문을 쓰다듬기 시작했고

 

어기영차! 만들어진 하나의 사탄,

일종의 알사탕,

일종의 자랑스러움,

어느 정도의 연대

 

태양은 마침내 등분된 채

 

눈을 관통해

커피잔 속 얼음조각들은 마침내 모두 녹아버렸다

 

저녁이 덜 되었을 때 사설 양로원에 봉사를 하러 간다. 양로원은 평화로워 보인다. 노인 하나의 눈에는 구멍이 뚫려 있거나 닫혀 있다. 그와 난 눈동자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뿌옇거나 아무것도 없거나

 

우리는 살았는가도 말하지 못한다는 건실한 사랑과 어둠과 건실한 사랑

 

친구는 그날 애인과 헤어졌고

 

우리는 그날도 오후 11시까지 앉아있지 않았는가?

 

그러니

 

그러니

 

“내 묫자리에 봉분이 생기는 것을 원하지 않소. 내 사체 혹은 그 일부 혹은 그 잔해가 자유롭게 떠돌거나 그랬으면 좋을 텐데. 이미 좁은 세상, 이미 넓은 사람의 영역, 그곳에 우리 죽은 이들이 서 있거나 누울 공간을 세상은 허락하였어도, 나는 허락하지 않을 것이고, 우리의 미래와 개인적인 오래된 이상 또한 그리 말하고 있소.”

 

이미 그렇게 될 텐데

 

내가 밝은 날을 제시하면

―감당할 수 있어요?

 

상전을 어떻게 두 분을 모시냐는 어리석은 생각과

말을 한다는 믿음으로 무장한 시인들

마침내 모든 시인들은 물구나무를 서고

 

징글벨. 징글벨,

 

모든 악몽이 예지몽이 되고 예언자가 되어

태양을 마주하는 큰 사람이 된다

 

그렇기에 너는 있고 나도 있다

 

주께서 이미 세상을 승리하였어도

우리가 번제를 한다는 것은

모든 귀신들이 세상을 알음알음 알기 시작했다는 것도 된다는 것

 

마귀들이 번뜩이면 빛이 나기 시작하고 말았다

 

마귀와 나는 신기루와 헛것과 옥상에 대해서 말했다 마귀와 내가 그 오랜 시간 동안 의견을 나누면서도 오직 서로 동의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오늘 날이 춥고, 당신이 아프면 안 될 것 같다고 말한 것,

 

우리 아프진 말자

 

할아버지는 코를 골며

예전의 조국을

 

차디차게 저주하기 시작했다

 

오래된 금강산, 나는…

 

적은 것들

 

받아 적은 것들

 

율법이 공고된 이후

처음으로 장어를 구워 먹기 시작한 사람들

 

해가 지는 어느 멋진 맑은 날

 

우리는 스스로 사람이 되고

우리는 스스로 걷고 걷거나

 

뛰다 발바닥이 아프거나

마귀들 또한 광택이 나고

 

할아버지는 평생 동안

할아버지는 평생 동안

 

망해버린 조국이 의아했으며

 

망해버린 조국이 왜 자신을 그리도 능멸하였으며

 

새로운 조국 또한 의아한 것들 투성이었으며

 

새로운 조국이 왜 자신을 그리도 능멸하였으며

 

어느 새

 

빙글거리면서 웃으며

왜 한 치의 묵상도 우리는 하지 못했느냐고 물었을 때

우리가 공평하게 못나다는 생각을 할 때

 

해가 두 개 뜬다는 예지몽을 꾸곤 했다

 

커피를 태운다는 공장에서 일했다는 늙은 벗은

내가 마시는 커피의 가격을 듣고는

 

나를 의아해하며 저주하기 시작했고

 

할아버지는

 

여행을 가자고 했으면서

어디론가 가버린 것이다

 

할아버지는 돌아가시거나 죽었거나

할아버지는 죽었거나 돌아가시거나

 

어느 날 들은 모든 질문에 대해서

참으로 망측하다는 생각을 한다

역으로 질문하지도 않고도

 

나는 망측했기에

할아버지는 여행을 가고 말았다

 

저 모든 말들이

배우지 않아도 그저 주어져 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밤이 된다면

니콜라우스가 그 오랜 잠에서 깨어나고

오랜 파업이 끝나버리고 말았다

 

기복에 관한

소극적인 자기부정과

조그마한 기복

 

비릿한 웃음과

 

일종의 너.

 

“저 방향으로 쭉 가면 공항이 보이거든요.”

 

“그러면 그렇게 여행을 가는 건가요?”

 

“가 보면 알겠죠.”

 

채색하지 않은 모든 밑그림과

 

채색되지 못한 모든 산타클로스

 

모든 피부와

 

모든 털

 

일종의 단백질들.

 

모든 니콜라우스와 젊은 조부의 이름으로!

 

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