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기동의 이민자들
친구가 졸업을 하고 이사 가는 날
방에 먼지가 많고 짐을 치우고 버리고
달구지는 굉음을 내며 오전의 바닥을 긁어서
우리는 고개를 숙인 채로 먼지를 털었다
버려진 책들이 계단에서 흐르듯이 쏟아졌다
고개를 숙인 채 먼지를 털며 먼지를 마셨다
빌려온 수레 덕에
바닥에서 굉음이 났고
무게에 질린
우린 몇 가지의 시시껄렁한 글들을 찢어버렸다
새로운 반지하엔 예전의 세대가 남긴 자국, 흔적 혹은 흉터가 있어
농향이 가득 담긴 술내가 역겨워서
몇 가지의 속눈썹은 떨리는 채로 가지와 향채와 감자가 힘겨워서
헤이룽장 성에서 온 남자는 뉴스를 보면 대마를 피다 감옥소에 간 친구가 그리웠고
먼지 같은 날에는 먼지가 많았고
손은 뭔가 따갑고
장갑이 있었으면 했고
버려진 책들의 제목과 남겨진 책들의 장르와
물은 아래로 흐르고
시시껄렁한 말들의 흔적과 침대 밑으로 숨겨진 내일의 말들이
창문으로 스민 빛을 난반사했을 때
입에는 어제와 여름의 날벌레들이 스며서 허리가 아픈 채로
외로운 말들이 불 위를 가르면
손목에는 시계가 채워져 있다
책은 왜 그리로 가고 거기 있던 늙은 남자는 미소를 지었는가
술내는 그리도 역겨웠는가
오만가지색의 라이터들은 연료가 반쯤 채워진 채로 오후를 빛내었다
거대한 종이박스는 결국 새집으로 이사하지 못한 채로 버려졌고
버린 것과 남긴 것 모두 누군가의 지하실로 끌려갔다
헤이룽장 성에서 온 부부의 가게는
그날의 장사가 끝났으니
몇 가지의 방법으로 중력에 대든다
밤에는 몇 번 기침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