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그날은 하필 유치원에서 안전교육을 받은 날이었다. 부모님을 잃어버리면 잃어버린 장소에서 움직이지 말고 부모님이 오실 때까지 기다릴 것. 다 같이 꼭꼭꼭, 잊지 맙시다, 세 번 합창까지 하고 왔는데 놀이터에서 실컷 놀다 보니 문득 엄마가 없었다. 결정적으로 혼자 집을 찾아갈 수 있을 거라고 착각을 한 게 문제였다.
“으아아앙, 엄마아―”
무서워서 막 눈물이 났다. 선생님 말대로 그냥 거기에 서 있을걸.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어, 엉엉엉.
“꼬마야, 왜 울어?”
전봇대같이 키가 큰 오빠였다. 오빠는 울지 말라고 메로나도 사주고 엄마가 자주 못 먹게 하는 풍선껌도 사줬다. 분홍색이라서 골랐을 뿐인데 복숭아 맛 좋아하는구나, 라고도 했다. 왠지 기분이 좋아지는 말이었다.
“풍선껌 불 줄 알아?”
내가 고개를 내젓자 오빠는 풍선껌을 입에 넣고 열심히 씹었다. 오물오물, 어제 애니메이션에서 본 다람쥐가 생각나서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자, 봐봐.”
오빠가 우물대며 말했다.
후우우.
후우우우.
입안에서 불쑥 풍선이 튀어나왔다. 점점 커지는 껌에 손을 대려고 하는 순간 펑, 하고 터졌다.
“어때, 재밌지?”
오빠는 나를 놀이터까지 데려다주었다. 가는 내내 우리는 풍선껌 한 통을 전부 불었다.
“어? 다 먹었네.”
내가 빈 통을 내밀면서 말했다. 그때 오빠의 주머니 사이로 삐져나온 분홍색 포장지가 보였다.
“여기 또 있다!”
내가 손가락으로 껌을 가리키자 오빠는 당황한 얼굴로 풍선껌을 주머니 속 깊숙이 찔러넣었다.
“이건 안 돼.”
“왜?”
내가 말했다.
“나 한 번만 더 해보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오빠는 계속 안 된다고 했다. 내가 몇 번이나 고집을 부리자, 오빠는 가던 길을 멈추고 내 눈높이에 맞춰 쭈그려 앉았다.
“이건 너한테만 알려주는 건데… 이건 사실 마법의 풍선껌이야.”
오빠가 속삭이듯 말했다.
“마법?”
내가 되묻자 오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로 풍선을 불면 소원이 이루어져.”
오빠가 말했다.
“에이, 거짓말이지?”
내가 말했다.
“거짓말 아니야, 진짜야. 오빠는 이걸로 벌써 몇 번이나 소원이 이루어졌다, 뭐.”
“진짜?”
오빠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소원이 뭐였는데?”
“그건….”
오빠는 잠깐 말을 멈추었다.
나는 오빠를 올려다보았다. 거짓말이지롱, 하고 간지럼이라도 태워주기를 바라기에는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이다.
“이상한 사람이 되지 않는 거.”
무슨 말인지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오빠는 하나도 안 이상한데. 정말 진짜로. 나는 두 팔을 휘적대면서 열심히 설명했다.
오빠는 싱긋 웃어주었다.
“봐봐, 풍선껌이 소원을 들어준 거라니까?”
“엄마!”
놀이터에는 엄마가 있었다. 오빠는 나와 헤어지기 직전에 왼쪽 주머니에서 껌 하나를 꺼냈다.
“이거, 하나 줄까?”
마법 풍선껌이라고 했는데, 아까 먹었던 복숭아 맛이랑 똑같이 생겼다.
나는 조금 망설이다가 엄마가 못 듣게 귓속말을 했다.
“잘못해서 이상한 일이 일어나면 어떡해?”
오빠도 나에게 귓속말을 했다.
“걱정마. 열 밤만 자면 다시 돌아와.”
열 밤. 그 정도는 참을 수 있을 것이었다. 매년 내 생일도, 크리스마스도, 놀이공원에 가는 날도, 그보다 훨씬 긴 약속도 잘 참았으니까.
잘 가, 멀어지는 오빠를 향해 열심히 움직이는 내 손에는 마법의 풍선껌이 들려 있었다. 엄마가 뺏기 전에 주머니에 넣어야지. 아주 아주 간절한 날에, 몰래 입에 넣고 씹을 생각이었다. 아무도 모를 거야. 풍선을 후, 하고 부는 것만 안 들킨다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