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희의 결혼식은 참 뻔했다. 직원들이 뛰어다니는 커다란 예식장에 뷔페,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잔뜩 모아놓은 것 하며 내가 여기 있다는 것까지.

나는 예식이 시작할 때쯤 도착해 아무 데나 앉았다. 아는 사람이 없는 건 오히려 위안이 되었다. 한 시간 동안 나는 누구에게도 거짓말을 하지 않은 채 하객으로 합법적 근무 중이었다.

 

“네, 그럼 이번에는 신부 친구들과 사진 촬영 있겠습니다!”

사진 기사가 소리치자 사람들이 단상 앞으로 달려 나왔다. 다들 신이 난 얼굴로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했다.

“아가씨, 안 올라가요?”

나는 깜짝 놀라 옆에서 불쑥 말을 건 아주머니를 쳐다보았다.

“신부 친구들 지금 사진 찍는대요.”

“아… 전….”

나는 재빨리 싱긋 웃으며 말했다.

“전 고양이를 키워서요. 괜찮아요.”

아주머니는 내 말에 미친 사람을 보듯 인상을 찌푸렸다.

“응? 그게 무슨 소리예요?”

나는 아주머니의 반응에 당황했다.

“네? 그러니까 전….”

시선이 느껴진다. 나는 고개를 돌려 단상 쪽을 보았다.

지희가 나를 보고 있다.

“고양이를… 키운다고요.”

지희가 나를 보고 있다.

지희는 입 모양으로 똑똑히 ‘혜원아’ 하고 불렀다. 그리고 얼른 오라고 손짓했다. 단상 위에는 화려한 신부도, 치즈 고양이도 없었다. 별거 아닌 이야기에도 금세 친해졌던 내 어린 짝꿍만이 서 있었다.

“아가씨 부르는 것 같은데?”

아주머니는 지희를 가리켰다.

“얼른 올라가 봐요!”

 

 

“다녀왔습니다.”

집에 들어서자 거실은 티비가 틀어진 채로 먹다 만 배달 짜장면 냄새가 진동을 했다. 엄마는 보이지 않았다. 나는 예식장에서 받은 쇼핑백을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 한숨 돌리려는데 탁자 위에 핸드폰이 시끄럽게 울리기 시작했다.

“엄마!”

나는 큰 소리로 불렀다.

“전화 왔어!”

화장실에서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했다. 나는 핸드폰을 들었다.

“여보세요?”

부동산에서 온 전화였다.

―네. 유미주 씨죠?

“아, 아닌데요. 전 딸이에요.”

―아, 따님이시구나. 아버지가 안 받아서 여기로 전화했어요. 내일 계약하러 3시까지 오시면 된다고 말 좀 전해줄래요?

“네?”

내가 되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내일 계약하러 오라고 아버지께 말 좀 전해달라고요.

“아버지요?”

―네. 집 보러 오신 분이요. 딸이라면서요.

“그건 맞는데…. 계약하는 사람이 유미주 씨 아니에요?”

상대는 내 말에 짜증이 난 듯했다. 종이를 뒤적이는 소리가 나더니 그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네. 유미주 씨요. 남편분 한상원 씨. 두 분이 내일 계약하기로 한 거 맞죠?

“한상원 씨요…?”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게 누구-”

 

흐릿하던 게 선명해진다.

나는 할머니의 장례식장을 천천히 돌아보았다. 까만 고양이들이 조금씩 사람들로 변해갔다. 귀는 축 늘어진 머리카락이 되고, 꼬리는 어딘가에 감춘 채 새카만 상복을 입고 눈앞에서 어지럽게 지나다녔다.

엄마는 그때쯤 나타났다. 입구에서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키가 큰 남자였다. 그는 엄마에게 캐리어를 건넸다.

 

수화기 너머로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전화를 끊었다.

―잠깐이면 돼. 집 구할 때까지만 있을 거야.

엄마가 말했다.

나는 탁자 위의 짜장면 그릇을 노려보았다.

“이번에는 내가 두고 가려고 했는데.”

나는 쇼핑백에서 답례품으로 받은 떡을 꺼내 탁자 위에 던졌다. 짜장면 그릇이 엎어지며 사방에 검은 얼룩이 졌다.

“이번에는 내가….”

여기에 성의 없는 쪽지를 써놓고 사라지려고 했는데.

 

*

 

“정말 너무 귀여워요. 작가님, 이런 고양이를 매일 보는 기분은 어떤 기분이에요?”

나는 기자의 질문에 행복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

“글쎄요. 밥을 안 먹어도 배부른 느낌?”

우리는 깔깔대며 웃었다. 인터뷰 내내 분위기가 좋았다.

기자는 나에게 끝으로 고양이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흠, 글쎄요….”

내가 수줍게 웃으며 대답했다.

“일단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요. 고양이를 키우면서 저는 완전히 다른 인생을 살게 되었거든요. 물론 좋은 쪽으로요. 고양이가 없었다면…, 정말 상상하기도 싫네요. 아마 매일을 사는 이유를 잃었을 거예요. 정말 고마워요.”

나는 말을 마치는 즈음에 눈물을 훔쳤다. 기자도 마찬가지였다.

“감사합니다, 작가님.”

그가 말했다.

“오늘 인터뷰 너무 좋았어요. 신간 정말 잘 되시길 바랄게요.”

기자가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이었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엄마의 목소리였다.

쿵쿵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방문이 벌컥 열렸다.

“김혜원 씨 되시죠?”

방 안으로 들어온 남자 둘은 다짜고짜 나에게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경찰입니다. 김혜원 씨를 사기죄로 체포합니다.”

그들은 나에게 쇠고랑을 채우더니 미란다 원칙을 읊기 시작했다.

“비키세요.”

문 앞에서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버티는 엄마에게 그들이 말했다.

“자꾸 이러시면 어머님도 업무방해죄로 처벌받습니다.”

“우리 혜원이는 아니에요!”

엄마가 소리를 질렀다.

“이건 오해라고요! 이거 놔요!”

남자들은 엄마를 밀치고 나를 끌고 갔다. 엄마는 멀어지는 나에게 계속 소리쳤다.

“혜원아! 엄마가 꼭 도와줄게! 걱정하지 말고 있어, 응? 알았지?”

나는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는 내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흔들었다. 눈물범벅이 된 엄마의 얼굴 앞으로 현관문이 세게 닫혔다. 고양이 털이 사방에 휘날렸다.

“아휴, 이게 뭐람!”

나를 붙잡고 있던 남자가 투덜대며 손을 휘휘 내둘렀다.

“하여튼 고양이는 털이 문제야. 털이 좀 많이 날려야지!”

다른 남자는 재채기를 하기 시작했다.

“나 고양이 털 알레르기 있는데….”

화단 앞에 경찰차가 서 있었다. 얼마 전에 꼬리가 검은 고양이를 봤던 그 화단이었다.

“잠깐만요.”

내가 말했다.

남자는 대꾸하려다가 심하게 재채기를 했다.

“에취!”

그는 콧물을 닦으며 말했다.

“왜, 왜 그래요?”

“여기도 고양이가 있어서요. 경찰서 가기 전에 고양이 밥을 주고 가야 할 것 같은데.”

나를 붙잡은 남자는 한숨을 내쉬더니 이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어딨는데요?”

나는 화단 쪽으로 걸음을 옮기며 두리번거렸다.

“이 근처에 있어요. 아마 여기 어딘가에…”

그때 누군가가 내 어깨를 확 낚아챘다.

“혜원아!”

나는 유라를 보고 깜짝 놀랐다.

“유… 유라야.”

“어떻게 된 거야? 사기죄라니… 아니지? 그렇지?”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말해야 해. 이제 그만 사실대로 말해야 해.

“사실… 맞아.”

내 말에 유라는 황당한 얼굴이었다.

“뭐?”

“고양이 키운다는 거, 거짓말이었어. 너한테 거짓말한 거라고.”

나는 유라를 쳐다보았다.

“너 어떻게 그런 짓을….”

유라의 표정에는 실망이 가득했다. 익숙한 표정이었다. 그 진절머리 나는 표정에 무언가가 목에서부터 끓어올랐다.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어. 나도 그러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었다고!”

유라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를 쳐다보았다. 경찰관 한 명이 코를 훌쩍였다.

“나한테도 있었어, 고양이. 치즈도 있었고, 엄마도 있었고, 어엿한 직장도 있었다고! 근데… 근데….”

시야가 흐릿해졌다. 눈물이었다.

“하나씩 없어져. 내가 자꾸만 잃어버려. 그러니까 어떡해? 나도 사람답게 살아야지! 나도 남들한테 자랑할 고양이 하나쯤은 필요했다고. 그게 그렇게 잘못된 거야?”

나는 경찰관들에게 몸을 돌려 소리쳤다.

“잡아가요, 그렇게 내가 잘못했다고 말하고 싶으면 감방에 처넣어요! 이제 상관없으니까!”

그때 주차된 차 밑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튀어나왔다. 옅은 갈색의 고양이는 잠시 주위를 살피더니 나에게 다가왔다.

“뭐… 뭐야?”

모두가 보는 앞에서 고양이는 내 다리에 꼬리를 휘감았다. 그러고는 기분이 좋은 듯 갸르릉거리기 시작했다.

“얘는… 누구예요?”

재채기를 하던 남자가 코맹맹이 소리로 물었다.

“그쪽 고양이에요?”

“아니요.”

내가 재빨리 대답했다.

“야옹-”

갈색 고양이는 나에게 몸을 부비적댔다.

“에취-!”

재채기 소리가 나자 고양이는 놀라 울고는 도망가버렸다.

“아이고, 알러지가…. 에취-!”

나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만 가요.”

남자들은 나를 경찰차에 태웠다. 차창으로 나를 지켜보는 유라가 보였다. 유라는 한참을 우두커니 서 있다가 이내 나에게 손을 흔들었다.

 

*

 

알람이 미친 듯이 울렸다. 수요일. 엄마가 이사 가는 날이었다.

나는 서둘러 출근 준비를 하고 아침 일찍 밖으로 나왔다.

“야옹-”

아파트 화단에서 고양이 소리가 들렸다. 나는 잠시 멈춰서서 고양이를 찾으려고 주변을 살폈다.

“혜원 씨?”

뒤를 돌아보자 키가 큰 남자가 차에서 내리고 있었다.

“잠깐만요.”

그는 경직된 얼굴로 다가왔다.

“한상원이라고 해요.”

우리는 어색한 인사를 나누었다.

“지금 출근하는 거예요?”

그가 물었다.

“아….”

나는 그렇다고 대답하려다가 고개를 내저었다.

“엄마 잘 때 일부러 나왔어요. 그냥 안 보는 게 나을 것 같아서….”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아저씨는… 엄마 데리러 오신 거예요?”

“아, 네.”

나는 애매하게 서 있다가 이내 고개를 숙였다.

“네, 그럼… 안녕히 가세요.”

“잠깐만요, 혜원 씨.”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남자는 몇 발자국 나에게로 다가왔다.

“엄마, 너무 미워하지 말아요.”

나는 잠깐 할 말을 잃어버렸다.

“네?”

“보니까 얘기 안 한 것 같아서. 혜원 씨 집에 일부러 온 거라고 얘기 안 했죠?”

남자는 미소를 띠고 있었다.

“저, 곧 지방으로 발령가요. 사실 미주 씨가 이사 가기 전에 혜원 씨랑 잠깐 살고 싶다고 부탁한 거예요.”

나는 두 눈을 깜빡였다.

“딸이랑 지내보고 싶다고요. 옛날 일, 후회한다고 했어요.”

문득 남자가 입은 옅은 갈색 코트가 보였다.

“엄마랑 지내는 건 어땠어요?”

나는 화단을 다시 돌아보았다.

여전히 그 고양이는 보이지 않았다. 사라지고 없었다.

 

*

 

“다녀왔습니다.”

집은 불이 꺼진 채 어두웠다. 나는 부엌 불을 켜고 저녁으로 사 온 포장 국수를 내려놓았다.

식탁에 무언가가 놓여 있었다.

―연락해.

쪽지에는 전화번호가 적혀있었다. 전화번호를 모르는 것도 아닌데. 나는 피식 웃었다.

 

방 한구석에 낯익은 쇼핑백이 보였다. 결혼식 답례품은 이미 꺼냈는데, 여전히 뭔가가 들어 있었다. 나는 쇼핑백 안을 들여다보았다.

빨간 목도리.

엄마가 내 여덟 살 생일날 떠준 거였다. 나는 목도리를 꺼내 목에 둘렀다.

털이 코를 간지럽혔다.

“거울 봐봐. 어때? 엄마가 엄청 열심히 만든 거야. 마음에 들어?”

하얀 털로 뒤덮인 얼굴에 빨간 목도리를 한 내가 보였다. 여전히 여덟 살이었지만 나는 달라져 있었다.

―잘 어울리는데?

엄마가 말했다.

나는 대답했다.

“야옹.”